지방세수 확충방안을 놓고 안전행정부와 새누리당이 뚜렷한 인식의 차이를 보이면서 당분간 지방정부의 세수확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안행부는 일선 자치단체의 재정난을 감안해 주민세 등을 인상하자는 입장인 반면 표와 민심을 살펴야 하는 새누리당은 물론 청와대도 부담스러워 하면서 논의를 미루고 있다.

　당정청이 지난 19일 당초 논의키로 했던 주민세 인상 등 지방세수 확충방안을 논의하지 않은 것은 이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안행부 이주석 지방재정세제실장은 20일 "당정청 회의에서 부처 간 협의가 상당수 덜 끝난 상태로 돼 있어 안건 자체가 논의되지 못했다"며 "부처 간 협의를 심도있게 진행한 후 재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정청 협의까지 올라온 안건을 부처 간 조율을 이유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관측이다.

　안행부는 이날 협의를 거쳐 21일 △지방세기본법 △지방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의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물론 청와대도 '증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동안 안행부가 추진해온 지방재정 확충계획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또 주민세 인상의 경우 지난 7월 임기를 시작한 일선 자치단체장들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어서 안행부의 지방재정 확충방안이 새누리당과 청와대, 그리고 지방정부 사이에 사면초가다.

　안행부가 꺼내든 지방재정 확충카드는 △주민세 인상 △카지노 레저세 부과 △담배소비세 부과방식 변경 등이다.

　우선 전국 평균 연 4620원인 주민세를 내년부터 1만원 이상으로 2배 이상 인상할 계획이다. 이는 1999년 이후 16년 만이다.

　현재 각 지자체는 각자 조례에 근거해 '연 1만원 이하'에서 자율적으로 부과하지만 앞으로는 '연 1만원 이상'으로 일괄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경마, 경륜, 경정, 소싸움에 부과하는 레저세(매출 기준 10%)를 내년부터 카지노에도 부과할 계획이다.

　강원랜드의 경우 지난해 매출(1조2773억원) 기준으로 1277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담배소비세는 현재 1갑에 641원인 종량제 방식을 바꿔 담뱃값의 25.64%를 세금으로 매기는 종가세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2500원인 담배에 붙는 세금은 641원으로 같지만 4000원 짜리 담배의 경우 세금이 1025원으로 오른다.

　안행부가 '증세'라는 카드를 꺼내든 건 열악한 지방재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안행부는 앞으로 2년간 큰 선거가 없는 만큼 적기라는 판단에서 증세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임기내 증세는 없다'고 약속해온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은 모두 부담스러운 눈치다.

　더구나 이 문제를 재론하기도 당분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안행부는 청와대를 우선적으로 설득할 태세지만 청와대 내부의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로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