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충훈 순천시장과 오재일 전남대 교수가 지난 5일 열린 광주매일신문 신춘대담에 참석, 지방자치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진행: 박은성 광주매일신문 지역사회부장

(편집자주)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1995년 도입된 지방자치제는 주민 참여와 지방의회의 자치입법 등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권위적인 관료주의 행정문화를 주민(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시켰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열악한 지방재정 구조와 지역간 불균형 심화 등 지방의 문제를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권한과 재정 이양이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자치역량을 키우고 지방의 문제를 지역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이에 본지는 새해를 맞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 회장인 조충훈 순천시장과 전남대 오재일 교수의 대담을 통해 미래 지방자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했다.

▲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20여년이 지났다. 지난 20여년의 지방자치의 공과를 평가한다면.

-조충훈 순천시장(이하 조 시장)= 지방자치의 가장 큰 성과는 권위주의, 일방적 통치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역을 특화 발전시키고 행정을 주민 중심으로 전환시킨 점이다.

중앙집권에서의 획일적인 통제 하에 지방의 특색을 살리는 건 꿈꾸기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지방마다 특징적인 모습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성공적인 제도라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앞으로 넘어야할 산도 많다. 지금의 지방자치는 말로만 지방자치지 제도까지 완전한 지방자치라고하기엔 태부족하다. 지방자치에 대한 법률적인 제도가 사실상 전무하다.

-오재일 교수(이하 오 교수)= 무엇보다 위만 바라보던 행정이 주민을 지향하는 시야를 갖게 됐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특히 우리나라는 관료·유교문화 등 전통적으로 장 중심의 정치행정문화가 강했는데 이제는 현장중심에서 행정이 시작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다만 근대적 시민의식이 약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방자치는 권력이다. 따라서 총소리 없는 전쟁인 셈이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근대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앙정부는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를 지우고 다양성 다원성에 근거한 거버넌스적 국가운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여기에 지역도 분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방자치는 2할 자치에 그치고 있어 이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다.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오 교수= 2할 자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세입 구조에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2라는 측면에서 제기됐다. 정확히 말하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79.9대20.1인데 최근 사무행정은 비율은 32대68이 된다. 지방이 일은 32를 하면서 돈은 20만 받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지방은 변화시킬 힘이 없어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상황이 개선된다.

-조 시장= 지방자치를 처음 시작할 때 국세와 지방세 비율 때문에 반대가 많았다. 6대4 혹은 55대45까지는 개선이 돼야하지만 20년이 지나도록 변함없이 8대2다. 또 질적인 수입·지출을 따져보면 수입은 20%로 묶여있지만 지출은 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가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를 통해 복지를 경험한 시민들의 복지 요구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어 복지비 지출이 상당한 실정이다. 국가,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도 지방재정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중앙집권적 국가구조를 지방분권화된 국가운영의 패러다임으로 바꾸고 변화된 사회적 가치와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위해 ‘지방분권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하려면 가장 먼저 재정 안정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광주·전남 지자체의 경우 전국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다. 해결 방안은.

-조 시장= 해답은 간단하다. 현재 8대2 비율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최소한 OECD 수준인 7대3, 6대4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또 지방소비세의 확충도 시급하다. 정부가 2009년 지방소비세를 5%로 책정하고 5년 후 5%p 늘리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5%에서 확대하지 않다가 반발이 심해지자, 지방소비세를 11%로 늘렸지만 장기적으로 20%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 교수= 세원확대는 찬성하지만 지역마다 세원 편차가 심하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지방의 자율에 맡겨야하는 지방세 감면제도도 중앙정부가 다 결정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본질적으로 지역 경쟁력 즉, 세원자체를 키워야하는 것에 해답이 있다.

▲정부가 ‘중앙ㆍ지방간 협력회의’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전망은.

-오 교수= ‘중앙ㆍ지방간 협력회의’(가칭)는 권한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갈 때 발생하는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미리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234개 기초지방자치단체 (77개 시·88개 군·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누구를 의장으로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또 기초자치단체 대표가 미포함된 것도 큰 문제점이다.

일본의 경우 국가와 지방간 협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앙정부(내각관방장관, 총무대신, 재무대신 등) 5인과 지방대표 6인(지사, 의회, 시장, 의회, 정촌, 의회)으로 구성된 반면 대한민국 ‘중앙ㆍ지방간 협력회의’에서는 기초자치단체를 모두 배제했다. 지방자치의 본질을 고려한다면 기초자치단체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이와는 반대로 중앙의 편의만 고려한 Top-Down식 구조가 여전하다.

현재 ‘중앙ㆍ지방간 협력회의’ 설치안은 마련됐으나 국회통과가 될지 우려스럽다.

-조 시장= 보편적 복지를 전액 중앙정부 돈으로 한다면 이에 대해 반발할 여지가 없겠지만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기초단체가 30%를 부담토록하고 있다. 시민들이 복지에 대한 욕구는 나날이 커져가는 데 중앙정부는 특정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 기초단체와 협의 없이 일방적 지시로 진행하고 있다. 시행 기간을 유예하는 차선조차 고려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시대정신에 발맞춘다는 그럴듯한 표현으로 지방자치를 광역단체 중심으로 끌고 가려는 정부의 음이며 이는 언젠가 역사적인 비판을 받을 것이다.

시·군·구·광역단체장·광역의회·사회단체가 함께하는 중앙-지방간 협의체가 반드시 들어서야한다.

▲현행 헌법을 포함해 지방자치법과 중앙·지방관계를 규정한 법령들 중에서 시급히 개정해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조 시장= 현 지방자치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명목상 제도만 있지 규정은 없는 지방자치라고 평할 수 있다.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에서는 올해 총선을 준비하는 각 정당을 찾아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헌법을 보면 전문에 ‘프랑스는 지방분권국가다’고 선언돼있다. 이처럼 헌법부터 개정하고 지방자치에 관한 규정을 시급히 마련해야한다. 지금처럼 중앙집권적인 마인드로는 지방자치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 후 개헌 정국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오 교수= 1948년 이후 지방자치 헌법은 그대로 있다. 그 당시와 현재 국민, 국가 상황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헌법이 바꿔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지방교육자치에 대한 법률이 개헌돼야 한다. 광역중심으로 하는 것은 중앙이 권력을 지방에 뺐기지 않으려는 행태다. 기초자치단체 중심의 Botton Up(아래서 위로) 자치가 실현돼야 한다.

국민의 대표권을 국회·대통령·중앙정부가 독점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시장과 군수와 분담해야한다. 여기에 입법·사법의 분권도 필요하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에 대한 견해는?

-오 교수= 한국의 지방자치를 교육과 경찰을 없이 말하면 차와 포를 때고 장기를 두는 것과 같다.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게 교육과 치안이다. 이 내용을 기초자치단체가 손을 댈 수 없는 나라는 OECD가입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다.

모든 것을 광역중심으로 설계하려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기초중심의 문제는 철저히 국민적 합의와 국정철학의 기조가 돼야 하는데 현 세태에서는 어려운 문제다.

-조 시장= 투쟁으로 쟁취하는 불행한 역사가 오기 전에 중앙이 스스로 변하기 바란다.

교육자치문제는 정말 시급한 문제다. 지방자치단체 장들이 현실적으로 지방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인재 학교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따라서 교육 분야에 투자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중앙정부는 이에 무관심한 실정이다.

▲우리지역 대표적인 지방자치 성공사례를 든다면.

-조 시장= 멀리서 찾을 것 없이 순천시를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다.

순천정원박람회, 국가정원지정 등은 만약 지방자치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성과는 물론 정원에 대한 프로젝트는 탄생 못했을 것이다. 설령 탄생했더라도 그 진행이 중앙정부 중심으로 이뤄져 지금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었을 것이다. 특히 세계에서 강의요청이 쇄도할 정도로 순천의 브랜드 가치가 세계적 수준으로 올랐다. 이것이 지방의 경쟁력이고 국가경쟁력으로 커지는 것이다.

-오 교수= 순천정원박람회는 그 과정에서 순천시가 고생이 많았다. 작은 도서관 문화도 순천에서 시작했고 외국인 교사 채용도 순천이 가장 빨랐다.

순천 외에 장성아카데미도 지방자치의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지역주민교육, 정보획득 등 알찬 교육사례로 모범이 되고 있다. 이 모두가 지방자치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던 결과물이다.

▲끝으로 지방자치 정착을 위해 지역민들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조 시장= 지난 20년간 지방자치를 통해 지역민들은 지방자치 자체는 인식하지 못해도 지방자치의 장점은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사각지대 복지, 교육, 지방경쟁력 등 지방자치의 효과는 시민들에게 상당부분 피부로 와 닿을 것이다. 이번 총선이야 말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골든타임이다. 지방자치에 아랑곳 않는 후보들을 뽑아선 안 된다. 20대 국회에서 분명히 결단을 내야하고 기본적으로 헌법문제와 재정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지방자치는 누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 우리 시민들이 쟁취해 얻은 것이다. 이번 총선은 투쟁하는 마음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셨으면 한다.

-오 교수= 시대정신이 중요하다. 시대정신은 세계화·정보화·지방화·다양화다. 지방에 맞는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 주권재민, 근대적 시민의식을 갖고 주민들이 풀뿌리 민주주의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동네·마을민주주의를 실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해야한다. 이에 가장 가까이 있는 방법은 이번 4월 총선이다.

시대에 맞는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아 국정개혁을 주도해야할 것이다. 이것에 기본은 주권재민, 즉 주민이 주인이라는 것이다. 읍면동 말단 공무원의 주인은 주민이다. 선거를 통해 국정철학을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