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민심을 청취한다면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오찬간담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지역언론사를 배제해 지역을 홀대하는 처사라는 지역언론사와 지역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오찬 간담회를 가질 것이라면서 이날 간담회 행사가 총선 이후 박 대통령의 대(對)국민 소통행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박 대통령이 각종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데 주안점이 있는 게 아니라 언론을 매개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뜻이라는 얘기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총선 후 첫 메시지로 “앞으로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위기의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는 경제와 안보 상황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는 데 비중을 두고,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향후 국정과제를 설명하면서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언론을 매개로 국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청와대가 서울지역 언론사 46개사만 초청했을 뿐 현재 청와대에 출입하는 전국 36개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사들은 초청에서 배제한 것.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앙언론사 보도편집국장, 정치부장, 논설실장 및 심의실장 등은 각각 한 차례씩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으나 아직까지 지역언론사 보도·편집국장은 단 한차례도 청와대로 초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균형개발에 관심을 갖고 균형발전위원회를 창설했던 노무현 대통령이나 지역언론과의 소통에 힘썼던 이명박 대통령이 매년 청와대로 중앙언론은 물론 지역기자단을 포함한 출입기자단 만찬을 주최하거나 지역언론사 편집국장 및 사장들을 초대해 여론을 청취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온 셈이다.  

이에 따라 지역언론사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26일 낮 춘추관 인근에서 지역언론 배제한 대통령과 서울언론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대책논의를 위해 임원회의를 소집, 대책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지역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지역민들은 이와 관련, 새누리당이 국민을 무시하는 공천파동으로 민심이탈현상을 겪으며 호남지역은 물론 수도권과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지역에서 무소속과 야권후보에 의석을 내주는 바람에 원내제2당으로 내려앉는 참패를 겪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새누리당 선거 참패의 몸통이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도 청와대발 사과 한 마디 없는 처사만 봐도 반성 없는 정부가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이따위 민심 청취방안을 내놔 중앙언론과 지역언론간 갈등의 골을 만들어 국민통합에 역행하게 만든 청와대 참모는 당장 지역민들과 지역언론에 사죄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지역언론의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전국 방방곡곡에 배급망이 깔려있는 지역언론을 배제하고 중앙언론만 초대해 민심을 청취하겠다는 발상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한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