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내 설치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는 A씨(80)의 신청건에 대해 증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한다고 22일 밝혔다. 

 

고령 고객 A씨는 증권사 직원 B씨의 권유로 투자자문사 일임상품(옵션)에 1차로 3억 원을 투자했다가 4천만 원의 손실을 봤다. 이후 B가 50%를 보전해 주면서 “자문사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앞으로 손실 볼 일은 없다”며 재투자를 권유했다. A씨는 2차로 1억 원을 다시 투자했다가 6천만 원의 손실을 봤다. 

 

해당 상품은 코스피200 지수가 완만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할 경우 수익이 나고,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 손실이 날 수 있는 옵션전략을 추구하는 일임상품이다. 하지만 코스피200 지수가 선거를 앞두고 급등해 큰 손실이 발생했고 동일 상품에 투자자 총 62명이 670억 원을 투자해 약 430억 원(△64%)의 손실이 일어났다. 

 

증권사는 신청인 A씨가 과거 파생상품 투자 경험이 있고, 2차 사고는 자문사의 헤지 소홀로 인한 것으로서 설명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A씨의 손실을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증권사를 위원회에 해당 건을 회부하게 됐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증권사 직원이 고위험 파생상품을 권유하면서 설명의무를 위반해 손해 일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조정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결정 배경에 대해 ▲일반투자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단순히 과거 거래경험보다는 실질적인 투자내용, 연령 등 고객의 이해능력, 상품의 복잡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며, ▲고객이 1차 손실 발생의 일부를 보전받은 사실이 있더라도 증권사가 고위험상품에 재투자를 권유할 때는 투자위험성 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적극적인 설명의무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또, 판매직원은 해당 상품은 헤지를 하기 때문에 손실 볼 일이 거의 없다는 취지로 투자를 권유해 투자위험이 거의 없는 것처럼 고객을 오인토록 했다면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전했다. 

 

위원회는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과 과거 손실을 보전받은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결정했다. 

 

위원회의 조정안은 양 당사자가 수락할 경우 ‘재판상의 화해’로서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피신청 금융회사가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고,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신청인의 소송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위원회는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정례는 증권사의 고위험상품 불완전판매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은 결정이다”며 “다른 회사 상품이라도 금융회사 직원이 실질적으로 설명하고 권유?판매한 경우 자사상품 판매시와 동일한 책임과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민현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