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감리위는 오는 17일 임시회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심의하기 전 전원 감리위원에게서 비밀서약서를 제출받았다.

 

감리위원들이 심의 내용과 향후 일정 등을 밖으로 공개하지 않도록 사전에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감리위원이 심의 내용 등을 유출하면 시장 충격이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는 감리위원과 증선위원 중 삼성 측과 친인척 관계, 삼성 관련 용역업무 등이 있는지도 점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정성 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살폈고 특별한 문제가 발견된 건 없다”고 말했다.

 

감리위는 계획대로 17일 임시회를 열고 심의에 착수한다. 이번 감리위는 금감원 회계조사국과 삼성바이오 관계자 및 변호인이 동시에 출석해 일반 재판처럼 진행하는 대심제(對審制) 형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금감원과 삼성바이오 간에 의견이 맞서고 있어 17일에 결론이 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 10일 정례 감리위와 17일 임시 감리위에 이어 다음 정례 감리위는 오는 31일 예정돼 있다. 23일 증선위 일정이 있지만 17일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제재 심의와 의결은 늦춰질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에 앞서 대심제로 열린 한라중공업 분식회계 심의 당시 감리위와 증선위가 각각 두 차례 열린 뒤 제재가 결정된 바 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대한 제재 의결까지 한 달 이상 걸릴 가능성도 나온다. 증선위는 감리위가 넘긴 자문 의견을 수용해 의결하기보다는 통상 별도 논의 절차를 거친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로 보고 대표이사 해임 권고,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 원 등의 제재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가 설립 이후 계속 적자를 내다가 상장 한 해 전인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시장가로 변경한 후, 1조9천억 원의 순이익을 내게 된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금감원은 판단한 것이다. 

 

또 삼성바이오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미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늘리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회계기준을 바꿨다고 봤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이 줄 수 있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기준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는 감리위에서 적극 소명하고 필요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민현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