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이어진 탓이다. 일각에서는 1987년 개헌 이후 역대 최장 지각 개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이미 쟁점 상임위 3개를 포함한 전체 18개 상임위 중 11개 상임위원장 명단을 국회 의사과에 제출한 상태다.

법안 통과의 최종 관문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 후보에는 친명(친이재명) 핵심 정청래 최고위원을,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원의 위원장 후보에는 박찬대 원내대표를, 방송3법 재추진을 놓고 극한 대치가 예고된 과방위원장은 최민희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반발속에 민주당은 10일 본회의를 요청,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에 대해서도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선임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여야 간 최종 합의가 안 된다면 국회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22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양측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지난 21대에 이어 이번에도 지각 개원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4년 전 21대 국회는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임기 시작 47일 만에야 문을 열었는데, 이는 1987년 개헌 이후 최장 지각 개원이다. 당시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했다.

여야는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하게 된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고 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중대한 현안과 민생이 벼랑 끝에 내몰린 시기에 기어코 국회를 개점휴업 상태로 만들었다"면서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하자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법사위, 운영위를 여당 몫으로 하면 당장이라도 원 구성 협상에 임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국회를 대통령 부부를 지키는 '방탄 국회'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또, "민주화 이후 최대치의 거부권 행사를 한 대통령, 자신과 배우자를 지키기 위해 특검을 거부한 대통령의 호위부대를 자처해 온 국민의힘이 국회의 전통과 원칙을 말하냐"고 반문하며 "국민의힘이 진짜 '국민공감 민생정당'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원 구성에 전향적으로 임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회법이 정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지켜 제대로 된 원 구성 합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탐욕을 멈추고 법사위와 운영위를 제자리에 가져다 둬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끝내 단독으로 상임위 구성을 강행했는데 이재명 대표가 다수결에 따른 원 구성을 주문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라며 "지난 4년 동안 꼼수 입법, 편법으로 의회 폭거의 행태를 보여 온 것을 우리 국민은 모두 지켜봤고 이재명 대표 방탄만 힘자랑만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서 '한 일'이라고는 각종 악법을 만들어 대통령 거부권만 늘려 온 것이 전부"라며 "여야가 서로를 존중하고 협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민주적 의회주주의의 실천'이야말로 지금 우리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대구신문/이기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