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소치 올림픽 불참 이유를 이례적으로 밝혀 배경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소치 올림픽이 시작됐는데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면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선물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소치 올림픽에 올해 정부 업무보고를 비롯해 국내외 업무가 많이 밀려있고 또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도 잡혀 있어서 부득이 소치를 방문하지 못했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 2014 러시아 소치 올림픽 공식 엠블럼 <자료사진>

　박 대통령은 이어 청와대에 교육문화수석 중심의 가칭 ‘평창올림픽 지원TF 팀’ 구성을 지시하면서 국무조정실 산하 ‘평창동계올림픽지원단’의 본격적인 운영과 범국가적인 지원체제 가동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소치 올림픽 불참 이유를 밝힌 것은 소치를 무대로 펼쳐지고 있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의 외교전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견제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치 올림픽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갖고 우의를 다졌다.

　한·중과 과거사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아베(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시진핑 주석과는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푸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현안을 협의했다.

　소치 올림픽에 선수단을 출전시키지 못한 북한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보내 러시아, 중국과 정상외교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우리측은 소치 올림픽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만을 보내 2018년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가로서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외교 전문가들은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스포츠 외교를 경시하고 전통적으로 정치와 경제 중심의 외교만을 고집하는 우리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날 소치 올림픽 불참 이유를 밝혔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더구나 평창 올림픽 붐 조성 등을 위해 박 대통령의 소치 올림픽 참가를 기대했던 강원도민들의 섭섭한 마음도 감안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여론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날 수석 비서관 회의를 통해 ‘청와대 평창올림픽 지원TF팀’ 구성을 지시함으로써 강원도민들의 마음을 달래려 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산적한 국정 현안과 국내 일정을 감안해 대통령의 소치 올림픽 참석이 어려웠다”며 “하지만 국가 차원의 평창 올림픽 지원 의지는 오늘 회의에서 다시한번 확인됐다”고 말했다.

    강원도민일보 /남궁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