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언 땅을 뚫고 봄 기운이 피어나듯 색색이 작은 꽃들이 경쾌함을 머금고 화폭에서 피어난다. 작지만 다채로운 컬러의 꽃 채송화, 낮게 또 널리 피는 꽃 채송화가 활짝 피었다.

　새 봄을 앞두고 '채송화' 연작을 선보이는 손순옥 작가가 17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온 힘(Total Energy)'을 타이틀로 26일부터 3월18일까지 현대백화점 충청점 '갤러리H'. 

    2011년 이후 3년만의 개인전이다.

  

▲ 26일부터 현대백화점 충청점 갤러리H에서 개인전을 갖는 손순옥 작가가 작품 채송화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중부매일/김미정

　"채송화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어디든 뿌리를 내릴줄 알고, 온 힘을 다해서 피어 하루 해를 견디어 냅니다. 햇볕을 안고 살다가 저녁에는 꽃잎이 오므라들며 몸을 접지만 생존의 아름다움을 알고 아침이면 다시 정열이 되어 피어나는 꽃입니다."

　그녀의 '채송화' 연작은 2009년부터였다. 채송화를 통해 생명과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채송화를 소재로 한 '온 힘' 시리즈 6점을 비롯해 '달빛 속의 꽃' 시리즈,  '별들의 고향', '환한 웃음',  '문수보살'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우리는 너무 크고 거대한 것에만 삶의 중심을 두고 하루하루 떠밀려 살아가잖아요. 그 것에 회의가 들어 더 작고 더 느린 것에 중심을 둬야겠다고 생각했죠. 천천히 또 느리게 가지만 가치있는 것들을 고민하다가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채송화를 통해 보여주게 됐어요."

　이번 개인전의 콘셉트는 달빛에 비친 채송화다.  그래서 예전의 '채송화' 연작에서 보여줬던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보다는 은은한 달빛과 물빛을 많이 담고 있다.

　"명암저수지에 산책을 갔는데 물속에 비치는 달빛이 너무 아름다운 거에요. 그 달빛 속에 채송화를 채워넣었죠. 물속에 비친 달빛 속의 옹기종기 모여있는 꽃 채송화는 아주 작지만 내 마음의 우주이기도 하고,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기도 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기도 하고…."

　손순옥 작가는 채송화 같다. 

　작지만 밝고 환한 기운을 갖고 온 힘을 다해 단단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번 전시작품에는 지난해 11월 하늘로 떠나보낸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이번 전시의 빛깔은 그리움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요. 어머니 같은 따뜻한 본성을 채송화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지치고 고달픈 이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어요.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00일께 되는 시점에 전시를 갖게 됐는데 어머니께 이 전시를 드리고 싶어요."

　그녀는 전업작가다. 작업한지 25년. 청주시 사창동 작업실에서 20년째 한 둥지에서 한 우물을 파고 있다. 해마다 한번씩 개인전을 갖는 등 바지런하게 작품활동을 해왔다.

　"참 외골수로 살아왔어요. 내 철학대로!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부족한 게 많지만, 채송화처럼 웃고 있는 나를 문득 발견할 때 참 행복합니다."

　개인전 공간이 백화점인 것에 대해서도 만족해했다.

　"대중속으로 들어가 대중과 더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자리 라는 점에서 이번 개인전의 의미를 두고 있어요. 백화점에서의 전시가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올해에는 대작 위주로 다작을 시도해볼 계획이란다. 4년간 충북민미협 회장을 맡아온 그녀는 최근 연임이 결정돼 앞으로 2년간 더 이끌게 됐다. 지난해 호평을 받았던 제1회 충북아트페스티벌 전국미술초대작가전을 오는 7월께 준비중이다.

　봄을 앞두고, 채송화를 닮은 작가 손순옥 작가의 채송화처럼 다채로운 활동이 기대된다. 

　중부매일/김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