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순간의 급박한 정황이 확인됐다.

   지난 16일 오전 9시30분을 전후해 침몰 직전의 세월호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숨가쁘게 구조를 요청하는 통신내용이 20일 고스란히 공개됐다.

　특히 9시06분부터 세월호가 침몰해 가며 통신이 두절된 9시37분까지 긴박하고, 안타까운 상황이 담겨 주목된다.

　진도 VTS는 이날 오전 9시07분 침몰중인 세월호와 처음 교신을 한다.

　진도 VTS는 "세월호! 세월호! 여기 진도 연안 VTS 귀선 지금 침몰중입니까"라고 물었고, 세월호는 이에 "예. 그렇습니다. 해경 빨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

 

▲ 지난 16일 오전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가 좌현으로 60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자료사진>

　앞서 진도 VTS는 오전 9시06분 침몰중인 세월호를 호출하지만 답이 없다. 이에 인근을 지나던 선박 둘라 에이스호를 통해 우현에서 침몰중인 세월호를 확인했다.

　진도 VTS는 교신후 인근 해상을 지나는 둘라 에이스호 등에 세월호에 대한 구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침몰중인 세월호의 상황은 이미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되고 있었다.

　세월호는 9시10분 진도 VTS에 "저희가 기울어서 금방 뭐. 넘어갈 것 같습니다"라고 구조를 긴급하게 요청했고, 곧바로 "너무 기울어져 있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9시12분 진도 VTS가 "지금 승선원들은 라이프 래프트 및 구조보트에 타고 있냐"고 물었지만, 세월호는 "아니. 아직 못타고 있습니다. 지금 배가 기울어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라고 응신했다.

　이 순간에도 세월호는 승선원을 파악하지 못하고 "450명입니다. 약 500명 정도 된다"고 진도 VTS에 전했다.

　구조에 나선 둘라 에이스호는 9시14분 진도 VTS에 "옆에 보트가 탈출하네요"라고, 첫 구조사실을 알렸지만 "좌현으로 (세월호가) 완전히 기울어져 접근이 위험합니다"라고 보고했다.

　9시17분 상황은 더 급박해져 진도 VTS의 4차례에 걸친 호출에도 세월호는 답을 못하고 있다.

　잠시후 세월호는 "지금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며, 선원도 라이프 자킷 입고 대기하라고 했는데…. 사실 입었는지 확인도 불가능한 상태이고, 선원들도 브리지 모여서 거동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입니다. 빨리 와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다급하게 구호를 거듭 요청했다.

　이어 9시18분 진도 VTS가 침수 상황을 묻자 세월호는 "그것도 확인이 안되고 있습니다. 지금 데크에 컨테이너 몇개가 빠져 나간거는 선수에서 확인이 되는데 이동이 안되서 브릿지에서 좌우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여서, 벽을 잡고 겨우 버티고 있는 상태입니다"라고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진도 VTS는 이에 9시19분 구조에 나선 둘라 에이스호에 "현재 세월호는 탈출이 도저히 불가능한 상태니까 도착하여 승객이 탈출하면 승객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구조 바랍니다"고 세월호 상황을 전하며, 구조를 거듭 요청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세월호는 9시21분 다시 진도 VTS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경이 구조차 오고 있습니까. 오는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라고 물었고, 진도 VTS는 "세월호 지금 둘라 에이스호가 접근중에 있는데 어롱사이드(Alongside)가 불가능한 상태로 대기중에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세월호는 다시 "해경이 오는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라고 물었고, 진도 VTS는 잠시 기다려 달라고 응신했다.

　상황은 하지만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되고 있었다.

　사고 인근 해상으로 구조에 나섰던 둘라 에이스호는 9시23분 진도 VTS에 "지금 상황은 세월호 선수쪽에 부유물도 있고 해서 접근이 불가합니다. 지금 침몰 직전인 것 같습니다"라고 급전을 보냈다.

　진도 VTS는 이에 "경비정 도착 15분 전입니다. 방송하셔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착용토록 하세요" 라고 요청했지만 세월호는 "현재 방송도 불가능한 상태입니다"고 최악의 상황을 전했다.

　진도 VTS는 9시24분 세월호에 "방송이 안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셔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및 두껍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 바랍니다"라고 지시했고, 세월호는 "본선이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진도 VTS는 이어 "라이프 링이라도 착용시키고 뛰우십시오. 빨리!"라고 외쳤다.

　이어 급박한 상황은 9시25분부터 계속됐다.

　진도 VTS : 세월호 인명탈출은…. 선장님이 직접 판단하셔서 인명 탈출시키세요.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님께서 최종 판단을 하셔서 승객 탈출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리십시오.

　세월호 : 그게 아니고 지금 탈출하면은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진도 VTS : 경비정이 10분 이내 도착할 겁니다.

　세월호 : 10분 후에 도착 한다고요.

　진도 VTS : 네 10분 정도 소요됩니다. 10분!

　헬기 등의 공중 구조도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진도 VTS : 세월호, 1분후에 헬기가 도착 예정입니다.

　하지만 세월호는 정상적인 송수신이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었다.

　세월호 : 잘 안들립니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씀해 주십시오.

　진도 VTS : 1분 후에 헬기 도착 예정 입니다.

　세월호 : 승객이 너무 많아서 헬기 가지고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진도 VTS : 헬기도 도착할거고요. 인근에 있는 선박들도 접근중이니 참고하십시오.

　세월호 : 네 알겠습니다. 진도 VTS 선박 육안으로 확인하는데 선수쪽 말고 좌현에 대기 해주라고 하십시오. 

　구조에 나선 둘라 에이스호가 응답한다.

   "네 대기하고 있습니다. 근데 지금 들물이라서 계속 밀려서 그렇습니다. 둘라 에이스입니다. 헬기가 떠 있는데 참고 하십시오"라고 세월호에 상황을 설명했다.

　진도 VTS는 이어 인근을 지나는 선박들에게 긴급 SOS를 전파하고, 선박들의 응신이 이어진다.

　진도 VTS는 9시31분 "각국각선, 각국각선, 여기는 진도 VTS 현재 병풍도 북방 2.4마일에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중에 있습니다. 근해를 항해중인 모든 선박들은 구조작업에 적극 협조 부탁드립니다. 여기는 진도 VTS"

  

▲ 지난 16일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가 완전히 물에 잠겨 가고 있다. <자료사진>

　9시37분 진도 VTS는 다시 세월호와 교신한다.

　진도 VTS : 세월호, 세월호, 진도 연안 VTS.

　세월호 : 네. 세월호, 세월홉니다.

　진도 VTS : 지금 침수 어떻습니까. 침수!

　세월호 : 침수상태 확인 불가하고, 지금 머 일단 승객들은 해경이나 옆에 상선들은 50m 근접해 있고, 좌현으로 탈출할 사람만 탈출시도 하고 있다는…. 방송했는데 좌현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진도 VTS : 네. 알겠습니다.

　세월호 : 배가 한 60도 정도만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고, 지금 항공기까지 다 떳습니다. 해경.

   그후 세월호와의 교신은 완전히 끊겼다.

　진도 VTS는 9시41분 세월호와 2차례에 걸쳐 교신을 시도했지만 응신이 없었다.

　진도 VTS는 9시44분 다시 인근에서 출동하는 각종 선박에 "승객이 450명, 거의 500명 가까이 돼서 거의 침몰 직전입니다. 최대한 빨리 이동을 하셔 가지고 인근에 협조 부탁드립니다"라고 구조를 거듭 요청했다.

　다시 1분후 진도 VTS는 세월호를 5차례에 걸쳐 부르지만 대답은 없었다.

　9시46분 구조에 나서 둘라 에이스호는 진도 VTS로부터 세월호 상황설명을 요청받고, "배가 많이 기울었어요. 좌현쪽으로 배가 넘어간 상태인데. 지금 승객들은 바깥에…."라고 설명했다.

　진도 VTS는 다시 9시49분부터 51분까지 각국 각선에 영어와 한국어로 세월호 구조를 요청한다.

　둘라 에이스호는 이런 상황에서 9시54분 구명장비를 투하하는 등 구조에 나섰고, 진도 VTS는 구조에 나선 선박들에게 구조현황 보고를 요청하는 등 진도 VTS와 각국 선박의 교신은 이어졌다.

   하지만 통신이 두절된 세월호는 남해의 황토 바닷물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강원도민일보/남궁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