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자치제가 어느덧 6기 출범을 앞두고 있다.  지방자치의 명암은 뒤로 미루고 재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관선 자치시대의 지방교부세제 및 지방세제 등 지방재정제도를 민선자치시대에 맞게 보완 설계하지 못하고 그대로 이어 받았다. 그 결과 '선거만 있고 자치는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지방세 제도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부동산가격 폭등에 따른 투기억제 수단으로 1990년도에 지방세로 도입된 종합토지세는 정책목적도 달성하고, 지방의 주요재원으로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보유과세 강화와 균형 재원배분이라는 명목으로 2005년 종합토지세를 재산세에 일방적으로 통합하고, 납세자로 부터 징벌적 조세라는 불평에도 불구하고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했다. 물론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를 징수하여 부동산 교부세라는 명목으로 100%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했지만 결과적으로 종합부동산세는 당초 신설 목적대로 보유과세 강화와 균형 재원배분의 역할도 하지 못하고 지방재정이 국가재정에 더 의존해야만 하는 요인이 됐다.

　또 2000년도에 국세인 교통세(현행 교통 에너지 환경세)액의 3.2%(현행 26%)를 지방세로 이양 받아 주행세(현행 주행분자동차세)가 신설됐지만 이는 한미자동차통상협상결과 줄어드는 자동차세액을 보전하기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후 초과분에 대해 운수업체 유가 보조금으로 집행하고 있어,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효과는 반감됐다. 2010년도에 국세인 부가가치세액의 5%(현행 11%)를 지방세로 이양 받아 신설된 지방소비세는 정부의 재정중립 논리에 밀려 지방재정 증가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나마 추가로 6%는 주택거래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감소된 지방세를 보전하기위한 수단으로 조정됐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중립 논리를 탈피하지 못하고, 정부정책에 따라 줄어드는 지방재원을 보전하기위한 수단으로만 재원을 국가로부터 이양 받는다면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다음으로 자치제 시행에 따른 주민의 요구 증대로 지방의 씀씀이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지방세 증가는 지출의 증가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세출예산 총액에서 사회복지비를 포함한 사회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1년 13.5%에서 2011년에는 52.0%로 38.5% 포인트나 급증했다. 반면 지방의 자주재원인 지방세는 같은 기간 동안 총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4%에서 35.3%로 오히려 5.1% 포인트 줄었다. 그 결과 지방의 재정자립도는 더 낮아지게 됐으며 그 부족재원은 결국 국가재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반쪽짜리 지방자치제를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자치단체 간 세출 불균형 문제는 더 심각하다. A광역 자치단체의 경우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은 106만원인 반면 세출은 210만원이며, B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1인당 지방세 부담은 78만원인 반면, 세출은 465만원으로 세출 불균형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지방소비세를 도입하면서 특정 자치단체에 대한 가중치 차등적용, 상생 발전기금 일방적 부담조치 등은 지방재정의 외형적 규모만 가지고 이중적 재정 페널티 제도를 도입했으나, 앞으로는 1인당 세출규모 등 질적인 면을 면밀히 분석하고 진지하게 논해야 될 시점이라고 생각 된다.

　끝으로 광역 도(道)에서 2000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시군 재정보전금 제도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당초 취지는 재정력이 비교적 양호한 기초자치단체와 재정력이 취약한 기초자치단체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기 위해 도입했으나 배분 기준설계 및 운영 실패로 오히려 재정이 양호한 자치단체에 집중되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결론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광역과 광역, 광역과 기초가 재정적으로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길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재원 이양에 있어 재정중립 논리에서 탈피해야하고, 광역자치단체 간에는 신세원 개발 및 국가재원의 지방이양 등에 있어서 세입규모 보다는 세출 규모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광역과 기초자치단체 간 시군 재정보전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 박동균 경기도청 세정과장

   < 박동균 전 한국지방세연구원 대외협력실장 / 경기도청 세정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