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아, 이대로 어떻게 널 보내니….”

   지난 2007년 고향 정선을 떠나 경기도 안산에 정착한 최모(52)씨.

   그는 평범한 공장 근로자로 생활하며 두 딸을 키우는 보람으로 그리운 고향 생각을 이겨냈다. 그런 그에게 도무지 믿기 어려운 시련이 닥쳤다.

   수학 여행을 떠난 최씨의 큰 딸이 지난 16일 아침 전남 진도 앞 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참사로 희생돼  22일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중학생이던 작은 딸이 신장암 수술 후유증으로 세상과 이별한 지 불과 2년도 안된 날에.

   최씨는 24일 오전 8시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운구차량으로 옮겨지는 큰딸을 뒤따르며 “가엾은 내딸!, 어떡해…, 어디로 가니 내딸아!”라고 수없이 되뇌였다.

   작은 딸을 잃은 고통을 감내하기도 전에 세상에 하나뿐인 큰 딸마저 보내는 아버지의 심정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후 처음 등교하는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24일 오전 등굣길에 노제를 마치고 정든 교정을 영원히 떠나는 후배를 위해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묵념하고 있다.

   발인식을 마친 운구차와 유족은 고대 안산병원을 떠나 단원고로 향했다.

   딸의 마지막 등굣길.

   학교 건물 안팎에는 교사들이 검은 정장에 근조 리본을 달고, 제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맞이했다.

   그리고 최씨와 유족은 2학년 3반 교실을 들어서는 순간 꿋꿋하게 참고 이겨냈던 울분을 그대로 토해냈다.

   교실 벽면에 붙어있는 딸의 작품과 이제 몇 장 넘기지 못한 교과서를 부둥켜 안고 오열했다.

   한순간 온 교실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미 교실 책상에는 장례를 마친 아이들의 조화가 10여 곳에 놓였다. 아직 생존조차 확인 안된 아이들의 책상은 마지막 기적을 기대하며 빈 책상으로 남겨져 있었다.

   교실 칠판에는 친구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소망글로 가득했다.

   ‘친구야, 지각 그만하고 빨리와라’,

   ‘우리 커서 하기로 한게 너무 많다. 언릉와 보고싶다’,

   ‘담임 선생님이랑 무사히 돌아와, 진짜….’

   최씨의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얼굴을 타고 흐르고 흘러 큰딸과 그 친구들의 체온이 채 가시지 않은 교실바닥을 적셨다. 

   최씨의 친구 김수복씨는 “두 딸을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낸 현실을 친구가 어떻게 인정할 수 있을지 답답하다”며 “지금 당장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막막하지만 온 국민의 애도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안산 고려대 병원/강원도민일보 박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