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관(官)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관료제 혁파를 예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진도 여객선 참사이후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와 국무회의 등을 통해 '관피아'와 '공직 철밥통'을 추방하겠다고 천명해 관료사회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인적쇄신 등을 주도할 청와대가 정작 관료에 포위돼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관피아'와의 전쟁이 얼마나 전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만큼은 소위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심정으로, 관료사회의 적폐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또 '국민'을 6차례나 강조하면서 "공직은 높고 낮음을 떠나 막중한 책임과 소명, 도덕성이 따르는 자리"라며 "모든 것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처리하면서 국민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생각하는 마음가짐으로 처신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도 "국민들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 행정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는 관료를 중용했던 인사정책의 변화도 예고하는 대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관료들이 근대화 과정에서 기여했지만 경제규모, 의식수준, 언론 등 온 세상이 변한 오늘날에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옛날 방식 그대로 너무나 많은 규제를 웅켜쥐고 있다"고 진단해 관료제의 일신을 예고했다.

　그는 "영국의 대처 전 수상은 집권후 관료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영역과의 경쟁을 유도했다"고 소개해 다양한 쇄신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4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이 총리실 산하 국가안전처 신설을 지시하면서 '외국인 전문가 채용도 고려하겠다'고 밝힌 점은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관료사회에 변화를 주도할 청와대가 정작 관료에 포위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박 대통령과 '관피아'의 전쟁이 어떤식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현재 청와대 수석 비서관 9명 가운데 홍보, 국정기획, 미래전략 등을 제외한 정무, 민정, 경제, 교육문화, 고용복지, 외교안보 등 상당수는 관료출신이다.

　특히 핵심 비서관들도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소위 '관피아'를 다수 배출해온 정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자처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가 시스템 개조의 제1차 관문으로 인식되는 관료제 혁파의 향배가 주목된다.

   강원도민일보/남궁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