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멎은 고요함,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자연, 깊고 섬세한 수묵의 터치, 그리고 가슴을 열어주는 시원한 여백.

　뜻하지 않은 세월호 참사로 아프고,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잠시 정돈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수전이 열린다.

　국립 청주박물관(관장 윤성용)이 1일부터 6월22일까지 마련한 '그림과 책으로 만나는 충북의 산수전'.

   이 전시에는 단양, 청풍, 화양동, 속리산 등 충북의 아름다운 풍경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75점의 예술작품이 전시된다.

　고려말 13세기부터 조선시대까지 시문학, 18~19세기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호생관 최북, 학산 윤제홍의 실경 산수화와 다양한 시선과 접근방식으로 충북의 산수를 형상화한 현대 미술작품까지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귀중한 자리다.

  

▲ 단원 김홍도의 사인암도.

　제1부에서는 충북지역 산수를 소재로 제작된 문학작품을 전시해 우리 고장의 어느 명승지가 언제부터 주목 받았는지 보여주고 있다.

　특히 단양의 대표적인 명승지인 옥순봉이 유람의 대상으로 선택되는 계기와 이후 인식이 확산된 현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 조선시대에는 현재의 단양팔경보다 훨씬 더 많은 지역이 유람의 대상이었음을 보여준다. 

　문집과 서책에 수록된 고려 13세기 주열이 지은 '한벽루 시'와 조선 16세기 단양군수 퇴계 이황이 유람할 만한 단양 산수를 소개하는 글, 19세기 추사 김정희가 20대 후반인 1814년 경에 쓴 '옥순봉 시', 19세기 전반 청풍부사를 지낸 학산 윤제홍이 1822년에 쓴 '한벽루 관련 기록' 등을 전시한다.

　특히 문인화가 윤제홍이 81세가 되어 예전의 단양 옥순봉 유람 경험을 되살려 그린 '옥순봉도'는 개별적으로 서 있는 세 봉우리로 옥순봉을 표현하고, 높이도 과장해서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이미지를 형상화해 눈길을 끈다.

　윤제홍은 1822년 이전부터 청풍부사를 역임했다. 이 때의 뱃놀이 추억을 화면 속에 담은 것인데 피리 부는 사람을 옥순봉 옆에 세워 놓아 해학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그의 장기인 붓이 아니라 손으로 그리는 지두화법으로 그림을 그려 그만의 독특한 필치를 보여주고 있다.

　제2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실경 산수화 제작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18~19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 호생관 최북, 단릉 이윤영, 낙서 윤덕희, 단원 김홍도, 학산 윤제홍, 기야 이방운 등이 그린 충북 산수화 15점을 전시한다.

　겸재 정선이 60대에 그린 '하선암도',  도담삼봉을 그린 '삼도담도',  구 단양읍내 일대를 그린 '봉서정도'에서는 경관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화법으로 대상의 특징을 포착해 그의 대가다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도담삼봉을 그린 그의 '삼도담도'는 가늘고 차분한 필선으로 도담삼봉과 산, 나무의 형태와 표면을 처리했다. 

　단원 김홍도가 52세에 그린 '옥순봉도'와 '사인암도'에서는 세련되고 무르익은 필치로 과감하게 사물을 변형하고 회화적으로 재구성해 천부적인 그의 재능에 공감을 하게 한다.

　이 두 회화는 '병진년 화첩'의 일부로 보물 제782호로 지정되어 있어 외부 대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귀한 작품이다. 

　제3부는 현대 작가의 충북 산수화로, 현대 미술가들이 다양한 구도와 신선한 관점, 새로운 재료로 예술 표현의 지평을 넓힌 창작의 세계를 보여준다.

   중부매일/송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