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생명이 바닷물속으로 잠기는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도 ‘전원 구조’라고 태연하게 브리핑을 한 한심한 정부. 출입구가 꽉 막힌 기나긴 터날안에 갇히다시피 한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발생직후인 지난달 17일 진도 방문에 이어 지난 4일엔 ‘눈물의 팽목항’을 통해 세월호 침몰현장까지 배를 타고 직접 갔다. 마지막까지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독려하고 유가족들을 진정으로 위로했다. 대국민 사과도 직·간접으로 여러번 했다. 국가재난안전처를 신설키로 하는 등 전방위 대책도 착수했다. 하지만 사고 초반부터 오락가락, 갈팡질팡, 안일한 정부 대책에 분노한 민심을 추스리기엔 아직도 멀었다. 국민들은 슬픔의 패닉 상황에 빠졌다.

　그렇다면 권부를 취재·보도하는 청와대 출입기자는 과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솔직히 고백하건대, 청와대가 제공하는 브리핑 자료를 베껴쓰다시피한 ‘대서방(代書房) 기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 외에도 권부 주변을 상대로 ‘팩트’의 배경을 추적하는 등 전방위 취재를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정부 유관부처별 대통령 업무보고땐 대형재난·재해대책과 관련해 집요하게 캐물었어야 함에도 ‘수박 겉핥기’를 넘지 못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땐 국민들이 궁금한 현안에 대해선 무차별 질문 공세를 퍼붓는 등 ‘출입기자’로서의 역할을 발휘해야 함에도 매번 ‘짜여진 각본’에 충실했다. 특히 300여 어린 학생들을 어른이 ‘수장시킨’것과 다름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도 공식 브리핑에만 의존해야 하는 현실앞에서 무력화 됐다.

　자유롭지 못한 취재환경이었을 망정 ‘갈팡질팡’ 정부의 이면을 도려내는데 혼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도 할말은 없다. 최고 권력 앞에 언론의 무력감은 아니었는지 솔직히 부끄럽다. 특히 하늘나라로 간 수많은 어린 영혼 앞에서 기자는 뼈아픈 ‘반성문’ 차원을 넘어 부끄러운 자화상에 가로놓여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입기자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지면을 통해 실종·사망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렇다면 ‘매우 제한된’ 청와대의 취재환경은 박근혜 정부에만 국한된 것일까. 아니다. 역대 대통령 모두 그렇지는 않았지만,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취재가 온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청와대는 자율적 취재가 허용될 경우 국가안보 및 콘트롤 타워에 대한 혼선을 야기할 뿐 아니라, 대통령의 동선 관리와 안위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상당부분 이해도 간다. 하지만 브리핑 외엔 자유롭지 못한 취재환경에다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의 남발 등으로 인해 정책 콘트롤 타워 기능의 한계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간과해선 안된다. 비록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닐지라도 세월호 참사에서 출발한 초대형 재난 이후 또 다른 사건·사고 대책을 놓고 휘청거릴 수 있는 ‘미련한 공간’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산업수도 울산’은 물론 여수, 포항, 구미, 창원 등 60년전 만든 국내 최대 산업공단의 노후화로 인한 사고 발생지수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라는 우려에도 정부 최고 정책타워인 청와대에 대한 시그널을 확인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여기서 청와대에 묻고자 하는 게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일주일 후인 지난달 22일, 우리 정부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호주를 비롯해 모두 45개 국가 또는 지역, 그리고 3개 국제기구(유엔 UN),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국제이주기구(IOM)) 등에서 위로 메시지가 접수됐다고 했다. 특히 많은 국가에선 위로 메시지와 함께 “구조를 요청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는 사고발생 2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를 향한 ‘SOS’를 타전하지 않았다. 최첨단 해양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세계 최고의 인명구조 프로들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라도 띄워야 할 화급한 상황이 아니었던가. 대통령이 평소 정상외교 등을 통해 글로벌 스킨십을 강화하는 이유도 핵안보와 통상 외에도 대형 재난과 재해 발생시 상호지원을 위한 묵시적 시그널을 작동하기 위함일 것이다. 최후의 일각까지 최선을 다해 국민을 구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정부의 진정한 자존인 것이다.

  

▲ 경상일보 김두수 서울지사 정치부장

　경상일보 / 김두수 서울지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