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발언으로 '친일' 의혹을 받았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자진 사퇴했다.

　총리 지명후 일부 언론에서 과거사 발언을 놓고 친일 의혹을 제기하고, 정치권 등에서 이를 받아 퇴진을 요구한지 14일만이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게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 분이시고, 저를 거두어 들일 수 있는 분도 그 분이시다. 저는 박 대통령님을 도와 드리고 싶었다"며 "그러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문 후보자는 사퇴하면서 정치권과 언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 문창극 총리 후보자 지명후 KBS가 뉴스보도를 통해 문 후보자의 친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KBS 보도는 문 후보자의 발언 내용 가운데 극히 일부를 자의적으로 편집한 '거두절미식' 보도라는 비평을 받았다. <자료사진>

　그는 "법을 만들고 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인데 이번 저의 일만 해도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정치권에 불만을 드러냈다.

　또 한평생을 몸 담았던 언론에 대해서도 "언론의 생명은 진실보도인데 발언 몇 구절을 따내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보도일 뿐"이라며 "그것이 전체의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니다"고 의혹을 제기했던 KBS 등을 정면 겨냥했다.

　문 후보자는 최근 자신의 해명으로 일부 언론이 의혹 해소에 나섰고, 국가보훈처도 자신을 애국지사의 손자로 추정된다고 확인함에 따라 다소간 명예회복이 됐다는 판단에 따라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또 '버티기'가 박 대통령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자가 사퇴함에 따라 이제 공은 박 대통령에게 다시 넘어갔다.

　안대희 전 후보자에 이어 총리 후보자 2명이 잇따라 낙마하는 '참사'가 벌어지면서 6.4 지선이후 국가개조, 경제혁신, 국민안전을 목표로 추진하려던 집권 중반 국정운영 구상이 차질을 빚었다.

　인사검증 실패에 따른 여야 정치권의 책임론이 다시 부각되면서 최근 청와대 인적개편에서 제외됐던 김기춘 비서실장 퇴진 여론이 또다시 확산될 전망이다.

　정홍원 총리가 지난 4월27일 사의를 표명한 뒤 60일 가까이 이어진 '총리 부재'가 지속되면서 국정공백도 장기화되고 이에따른 국정차질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총리 후보로 다시 김문수 경기지사, 박준영 전북지사,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한화갑 전 국회의원, 한광옥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장,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디어로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