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6일 오전 9시37분 출입기자들에게 릫알림릮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내용은 '금일 오전 10시 춘추관 2층 브리핑실에서 브리핑 예정'.

　통상 대통령 기자회견이나 주요 인선내용 발표시 이용하는 '2층 브리핑'이라는 점에서 기자들은 총리 발표를 예상했고,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에게 인선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20여분 동안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오전 10시 춘추관을 찾은 윤두현 홍보수석은 새로운 총리 후보자의 인선 발표가 아닌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이라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정 총리는 지난 4월27일 세월호 참사와 정부의 후속대책 부실 등에 모든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고, 박 대통령은 사태 수습후 사의 수용을 공언했다.

　박 대통령은 그후 5월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 후보로 지명했지만 안 후보자는 전관예우에 발목이 잡혀 엿새만인 28일 자진 사퇴했다.

　다시 6월10일 엄선해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총리 후보로 지명했지만 역시 과거사 문제로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하고 자진 사퇴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인사 참사가 발생했다.

　그때마다 청와대, 총리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멘붕'에 빠지며 지난 60여일 동안 '총리 부재'와 함께 국정 공백과 국정 차질이 일상화됐다.

　박 대통령은 이런 국정 공백과 국론 분열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고심 끝에 이날 정 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유임시키는 고육지책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또 국민 눈높이를 충족시킬 총리감 인선의 현실적 어려움도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국민 담화 등에서 밝혔던 국가개조, 공직혁신, 국민안전 등의 비전은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이날 정 총리 유임을 발표하면서 "정부 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홍원 총리와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가 중심이 되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비롯한 국정과제와 국가개조를 강력히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개조를 실현하는데 일정 부분 한계가 있어 교체키로 했던 정 총리를 다시 기용하면서 국가개조와 공직혁신에 필요한 동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는 분석이다.

　또 인사 실패를 자인하고 청와대 인사수석실 신설과 인사비서관, 인사혁신비서관의 설치를 발표했지만 인사 참사의 근본 원인이 박 대통령의 제한된 인재 풀(POOL)과 '나홀로 인사'라는 점에서 수석실 설치로 인사문제가 해결될지도 의문이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인사위원장으로 일하며 실패한 인사의 한축을 맡았던 김기춘 비서실장을 유임시킨 점도 청와대의 안이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구관(舊官) 정홍원 국무총리가 명관(明官)으로 자리매김하며 국가 개조와 경제 혁신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미디어로컬>